AI가 쓰는 생활기록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AI가 쓰는 생활기록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월,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마감 기간이 다가오면 교사들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한 줄 한 줄 신경 써야 할 학생부 기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교사들의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챗GPT’가 생활기록부 작성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단 몇 초 만에 500자 분량의 평가가 생성되고, 교사들은 이를 참고하여 학생부를 정리한다. 바쁜 교사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지만, 과연 이 변화가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생활기록부, AI의 손에서 만들어지다
챗GPT를 이용한 학생부 작성이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교사 10명 중 절반이 AI를 활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는 ‘거의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달이 걸릴 일을 단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사실 학생들이 수행한 활동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이므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비판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하지만 AI가 제공하는 문장이 지나치게 일반적이거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AI가 평가하는 학생, 괜찮을까?
학생부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학생부를 보고 지원자의 학업 태도, 인성과 성장 가능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AI가 작성한 학생부는 ‘개성’이 결여될 위험이 크다. AI는 정해진 패턴 안에서 문장을 조합할 뿐, 학생이 가진 고유한 경험과 가치관을 섬세하게 담아내기는 어렵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선생님이 아니라 AI가 우리 아이를 평가하는 거라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AI가 작성한 학생부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라며, 공정한 평가가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AI가 불러올 부작용, 학생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AI가 학생부를 작성하면서 발생할 또 다른 문제는 ‘평준화된’ 학생부의 등장이다. 비슷한 문장이 반복되는 학생부는 차별성이 부족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AI에 학생의 학업 성취도, 성향, 태도 등을 입력한다는 것은 곧 민감한 개인 정보를 시스템에 제공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그 파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AI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역할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직접 학생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AI 활용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최소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I가 생성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이를 기반으로 수정·보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의 개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AI의 편리함 vs 교육의 본질
학생부 작성을 AI가 돕는 것은 교사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의 핵심 가치는 ‘개인화된 평가’에 있다.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교사가 직접 학생을 평가하고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부는 ‘빠르고 효율적인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 과정과 가능성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연, AI가 그런 역할을 완벽히 해낼 수 있을까?
이제는 AI를 활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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