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컨설팅, 650만 원이면 가능?" – 교육 불평등의 또 다른 얼굴

"고교학점제 컨설팅, 650만 원이면 가능?" – 교육 불평등의 또 다른 얼굴

얼마 전, 강남의 한 입시학원에서 들려온 충격적인 이야기다. “어머님, 이제 고1 애들은 내신이 5등급제잖아요. 내신 1등급의 가치가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생기부(생활기록부) 관리가 더 중요해졌죠. 다른 학생들은 2월부터 컨설팅 시작했어요.”
이 말을 들은 학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늦었다는 불안감,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는 한 학기 650만 원이라는 가격표.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새로운 교육 제도가 등장할 때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사교육 시장이다. 정보를 미끼로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비교과 관리라는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만들어낸다.

"최적의 시기는 학기 시작 전입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다 준비했어요."
이 말 한마디에 수백만 원이 지출되는 현실.

교육이 돈의 문제가 되어야 할까?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분명 좋다.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 즉 맞춤형 교육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학부모와 학생들은 변화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고, 많은 학교들이 제도에 맞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개학을 맞았다. 전국 60개 고교 중 15곳은 신입생 대상 고교학점제 안내조차 하지 않았으며, 학부모 안내조차 생략한 곳이 25곳에 달한다.
교육부는 "준비가 완료됐다"고 했지만, 현장 교사들은 “기준 미달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그 틈을 노리는 것이 바로 ‘고교학점제 컨설팅’이다.
“1학년 때는 폭넓게 탐구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2~3학년 때는 심화 과정으로 연결해야 해요.”
“비교과 활동을 준비하지 않으면 대학 입시에서 밀려납니다.”

이런 말들이 학부모들의 가슴을 조여 온다.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점점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650만 원의 가치

강남의 한 학원은 한 학기 350만 원, 첨삭 무제한 프로그램은 65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 학원들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6개월 프로그램 390만 원, 1년 결제하면 610만 원.
이 돈을 내면, 생기부의 빈칸이 채워지고, 비교과 활동이 알차게 채워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그럼, 돈이 없으면 좋은 생기부를 만들 수 없는 걸까?

공교육의 존재 이유는 교육의 평등성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컨설팅 시장은 부모의 경제력이 곧 학생의 기회를 결정하는 구조를 만든다. 돈이 있으면 미리미리 비교과 활동을 설계하고, 논문 수준의 주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반면, 돈이 없는 학생은? 여전히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활동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결국, 입시는 또 한 번 돈의 문제가 된다.

고교학점제가 정말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고교학점제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변화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기 전, 그 틈을 노린 상업적 접근이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이 학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우리가 건넬 수 있는 것은 불안과 조급함이 아니라, 명확한 안내와 공정한 기회여야 하지 않을까?

교육은, 그리고 학업은 돈이 아니라 노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 간단한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적어도, 650만 원짜리 비교과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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