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가 학원 간다? – 한국 영유아 사교육의 현주소
5세 아이가 학원 간다? – 한국 영유아 사교육의 현주소
엄마, 난 언제부터 학원 다녔어?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여섯 살 난 조카가 내게 물었다. "삼촌, 난 언제부터 학원 다녔어?"
나는 웃으며 "글쎄, 네가 어릴 때부터 다니긴 했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카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난 학원이 너무 좋아! 친구들도 많고, 선생님도 재미있어."
나는 순간, 이게 과연 좋은 일인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에 대한 보도를 내놨다.
"5세 아이가 학원(Hagwon)에 간다"는 제목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치열한 교육 현실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5세부터 입시 전쟁? 사교육이 만든 기적과 함정
FT는 한국의 6세 미만 영유아 중 47.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한국 교육 당국의 통계를 인용하며,
"이 광풍이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명문대 입시를 넘어, 영유아를 위한 영어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한다.
어떤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돼!"라며 영어 유치원 레벨 테스트를 준비시키고,
심지어 아이가 학원에 가기 위해 인터뷰를 보러 다녀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게 정상인가?
FT는 한국의 부모들이 "최고의 대학, 그리고 몇 안 되는 대기업의 고소득 일자리"를 향한 경쟁에서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학원에 의존한다고 분석했다.
즉, 교육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을 낮춘다?
FT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었다.
바로 한국의 사교육비 부담이 젊은 층의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학원비까지 감당해야 하잖아."
이 말이 이제는 현실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은 단순히 육아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제, "단순한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
"입시 컨설턴트", "과외 매니저", "영어 조교"가 되어야 하는 일이 되었다.
결국, 이런 부담감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몇 년 전, 나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한 초등학생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왜 공부해야 해요?"
나는 그 아이의 눈을 보며, 단순히 "네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공부가 "탐구와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고행"이 되어버린 현실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FT의 보도는 단순한 외신의 분석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5세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진정 행복한가?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있는가?
이제, 우리 어른들은 대답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한 경쟁"이 아니라,
"즐거운 배움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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